[현장] 우수품종 8개, 국제종자박람회서 시상… 고온 견딘 배추 ‘청명가을’ 대통령상

흰녹병 저항 국화 ‘백강’·유럽 수출 단고추 국무총리상 10회째 행사에 113개 기업·기관 참가, 461개 품종 전시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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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한민국 우수품종 경진대회에서 ㈜NH농우바이오의 가을배추 ‘청명가을’이 고온에도 결구가 안정적이고 뿌리혹병에 강한 성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21~23일 김제시에서 열린 2026 국제종자박람회에는 113곳이 참여해 45개 작물 461개 품종을 전시했고, 국립종자원은 수상 품종의 전시·홍보와 수출 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왼쪽 세 번째부터)정성주 김제시장,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 선재스님,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이정장 김제시의장 등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 세 번째부터)정성주 김제시장,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 선재스님,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이정장 김제시의장 등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22일 오전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실내전시관. 국립종자원 부스에 전날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받은 8개 품종 실물과 가공품이 놓였다. 배추 ‘청명가을’ 뒤편으로 수수 ‘청풍찰’로 만든 찰수수쌀과 전통주가 자리했고, 감초 ‘원감’ 패널에는 ‘세종대왕도 실패한 감초 국산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실내 부스와 야외 전시포는 우리 품종을 직접 보려는 관람객과 해외 바이어들로 붐볐다.

21일 개막한 ‘2026 국제종자박람회’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우수품종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은 ㈜NH농우바이오의 가을배추 ‘청명가을’에 돌아갔다. 가을철 고온에도 속이 안정적으로 차고 뿌리혹병에 강한 품종으로, 현재 국내 가을배추 종자 시장의 29%를 차지한다. 개발자인 NH농우바이오 채원기 여주육종연구소장은 “내가 만든 품종으로 농민들이 소득을 올리고, 우리 배추로 농업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비빔밥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비빔밥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사진=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29개 품종 경합… 유통 전문가·소비자 첫 심사 참여

국립종자원이 주관한 이 대회는 올해로 22회째다. 식량·채소·과수·특용·버섯·화훼 6개 분야에서 29개 품종이 출품됐고, 서류심사와 전문가 평가를 거쳐 대통령상 1점, 국무총리상 2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5점 등 8개 품종이 뽑혔다. 올해는 유통 전문가와 종자 소비자가 처음 심사에 참여했다. 젊은 육종 인력을 발굴하기 위한 ‘후계육종가상’도 신설됐다. 평가 항목은 생산성, 기후변화 대응 능력, 병해충 저항성, 농가소득 기여도, 시장성, 수출 경쟁력이었다.
 

대통령상 – 배추 ‘청명가을’(㈜NH농우바이오)… 3년간 판매액 38억 9000만 원

청명가을 전시포 전경.
청명가을 전시포 전경.

2020년 품종보호 등록한 청명가을은 고랭지 2기작과 전국 가을 재배에 두루 적합하다. 분자표지 이용 선발(MAS)로 우수 계통을 골라 육종 효율을 높였다. 수확기가 지나도 밭에서 쉽게 무르지 않아 농가가 수확·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2023~2025년 판매액은 38억 9000만 원이다.
 

국무총리상 – 국화 ‘백강’(국립원예특작과학원)·고추 ‘19ITP4719’(㈜NH농우바이오)… 대국 점유율 24.1%·유럽 수출 112만 달러

국립종자원은 국무총리상을 받은 ‘백강’이 일본 품종 위주이던 국내 대국(大菊) 시장을 국산으로 바꾼 사례로 평가했다. 공영도매시장 거래액 기준 점유율이 2019년 0.2%에서 2025년 24.1%로 올랐다. 국화 재배의 대표적 골칫거리인 흰녹병에 국내 처음으로 저항성을 갖춘 품종이다. 농약 사용량은 30%, 방제 노동력은 50% 줄었고, 10a당 비용은 약 240만 원 절감된다. 18℃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꽃이 펴 겨울 재배 난방비를 20%가량 아낄 수 있다.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줄기가 튼튼하며 절화수명과 저장성이 뛰어나 장거리 유통과 수출에도 적합하다. 현재 전국 18ha에서 재배되며, 2025년 판매액은 16억 원이다.

또 하나의 국무총리상은 수출상 부문의 단고추 ‘19ITP4719’에 돌아갔다. 계통번호로 출품된 이 고추는 스페인 주요 재배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2025년 수출액은 112만 달러로, 단일 품종 기준 유럽 수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생육이 안정적이고 착과력이 좋으며, 칼슘 결핍으로 생기는 열피(생리장해)에 강하다. 쉽게 무르지 않아 장기 포장과 장거리 운송에 유리하다. 과형이 곧고 균일하며 당도가 9브릭스(°Bx)로 높아 일반 블로키형 단고추와 차별화된다. 고추연한얼룩바이러스(PMMoV),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흰가루병에 복합 내병성을 갖춰 유럽 시장이 요구하는 친환경 재배에도 맞는다.
 

농식품부장관상 – 벼 ‘새청무’·수수 ‘청풍찰’·감 ‘감풍’·감초 ‘원감’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의 ‘새청무’는 2023~2025년 3년 연속 전국 벼 재배면적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기준 전남 벼 재배면적의 67.3%, 전국의 16.8%를 차지한다. 기존 전남 주력 품종보다 밥맛이 좋고 향이 구수해 2023년 전국 고품질 쌀 생산 선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병해와 쓰러짐(도복),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에 강하고 등숙률과 온도 적응성이 높아 전국 어디서나 재배할 수 있다. 전남 모든 시·군에서 공공비축미로 선정됐다. CJ제일제당·GS리테일 등 대형 식품·유통업체와 원료곡 공급 계약을 맺어 농가 소득에 기여했다. 2020년부터 일본·미국 등 11개국에 1238톤, 29억 1500만 원어치가 수출됐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의 수수 ‘청풍찰’은 국내 수수 재배면적의 66%를 차지한다. 표준 품종 ‘소담찰’보다 수량이 30% 이상 많다. 고온에서 생기는 불임에 내성이 있고 쓰러짐과 병해충에 강해 재배가 안정적이다. 키(간장)가 109cm여서 기계 수확이 가능해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조곡 상태로 상온에서 3년까지 품질이 유지돼 유통과 보존에도 유리하다. 향이 구수하고 찰기와 단맛이 강해 다양한 가공 제품 원료로 쓰인다.

청풍찰 전시포.
청풍찰 전시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단감 ‘감풍’은 주력 품종 ‘부유’보다 재배가 쉽다. 과피 열과 같은 생리장해를 개선해 상품성도 좋다. 열매솎기 등 주요 관리 작업에서 연간 작업시간이 대조 품종보다 38.9시간 줄어 노동력이 약 32% 절감된다. 단위결실성이 높아 수분수를 심지 않고도 씨 없는 단감을 생산할 수 있다. 평균 판매단가는 kg당 1만 1366원으로 대조 품종(4166원)의 2.7배다.

같은 기관의 감초 ‘원감’은 광과감초와 만주감초를 종간교잡해 만든 국내 첫 감초 품종이다. 감초는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자라 그동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점무늬병에 강하고 잘 쓰러지지 않으며 균일성이 뛰어나다. 종자 대신 지하줄기(종근)로 늘리는 증식 기술을 개발해 재배기간을 1.5년 단축했고 증식률은 30배 높였다. 글리시리진 등 지표성분 함량도 기존 만주감초보다 2배 이상 높다. ‘대한민국약전’ 등재 2년 만에 국내 재배면적의 57%를 차지했다. 종근 생산단지가 조성되면서 수입 종자의 95%를 대체했다.
 

농식품부장관상(후계육종가상) – 수박 ‘맘모스꿀’(㈜팜한농)… 함안 재배면적 70%

올해 처음 생긴 후계육종가상은 ㈜팜한농의 수박 ‘맘모스꿀’이 받았다. 저온·약광 조건에서도 열매가 잘 커 기존 품종보다 과중이 1kg 이상 늘었고, 고온기 과형 안정성도 우수하다. 하우스 1동(500주) 기준 500kg을 더 수확할 수 있다. 기형과와 열과가 적어 정품률이 90% 이상이다. 초세가 강하고 육질이 치밀해 고온기 피수박 발생도 적다. 씨앗은 100립중 3.0g 내외로 대조 품종(4.0~4.5g)보다 작아 먹기 편하다. 분자표지 육종으로 육종 기간을 줄였고, 겨울 수박 주산지인 경남 함안 재배면적의 70%를 차지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 양민호 종자사업본부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주목할 품종으로 배추 ‘청명가을’과 수수 ‘청풍찰’을 꼽으며 “청명가을은 기후변화 품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은 수상 품종이 국내외 시장에 안정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전시·홍보, 수출 상담, 판로 지원 등 후속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10회 맞은 국제종자박람회… 참가 기업·기관 36곳→113곳

올해 박람회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백산면 민간육종연구단지와 종자산업진흥센터에서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전북특별자치도·김제시가 공동 주최하고 농진원이 주관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종자원, (사)한국종자협회, KOTRA가 후원했다. 10회째인 올해 슬로건은 ‘오늘의 씨앗, 내일을 키우다(Seed Today, Shape Tomorrow)’다. 지난 10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K-종자의 다음 10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2026 국제종자박람회의 실내 전시관 전경.
2026 국제종자박람회의 실내 전시관 전경.

2017년 첫 박람회 때 36곳이던 참가 기업은 올해 기관·단체를 포함해 역대 최대인 113곳으로 늘었다. 9년간 누적 수출 계약액은 558억 원(약 4400만 달러)이고, 박람회를 찾은 해외 바이어는 누적 643명이다. 올해는 종자기업 35곳, 농기자재 등 전후방 기업 56곳, 기관·단체 22곳이 국내 육성 품종과 육종 기술, 첨단 농기자재를 선보였다. 실내전시관에는 10주년 주제관과 기업·기관 부스, 해외 바이어를 위한 B2B 수출상담장이 마련됐다. 주최 측이 내건 수출 계약 목표는 83억 원 이상이다. 첫해 계약액 34억 원의 2.4배가 넘는다.
 

4ha 전시포서 45개 작물 461개 품종 실물 비교

박람회의 핵심은 4ha 규모의 야외 전시포와 비닐온실이었다. 기업과 정부 기관이 육성한 45개 작물, 461개 품종을 실제로 길러 전시했다. 바이어와 농업인이 생육 상태와 품질 특성을 밭에서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양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 종자가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검증할 통로가 거의 없었다”며 “실내 전시장이 아니라 전시포에서 작물의 크기와 생육 상태, 장단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해외 바이어들이 현장에서 체감하고 간다”고 말했다. 비닐온실 12동에는 고추·파프리카, 단호박·가지, 수박·참외, 멜론·애호박, 오이, 잎채소가 들어섰다. 노지에는 배추·무·양배추, 화훼류, 쪽파·시금치·콜라비 등을 심었다.

전시포 뒤편에 마련된 고구마 수확체험장에서 관람객들이 고구마 수확을 하고 있다.
제3전시포 고구마밭에서 관람객들의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기관 육성 작물과 유전자원, 구기자 같은 약용작물, 백일홍·수수·해바라기·코스모스 등 경관작물 구역도 따로 꾸몄다. 제3전시포 고구마밭은 관람객 수확체험장으로 운영됐다.
 

유전자교정 세미나·자율주행 방제기 시연… 육종부터 스마트농업까지

학술 프로그램은 최신 육종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21일에는 한국종자연구회와 농진원이 ‘유전자교정기술과 종자산업’ 세미나를 열었다. 같은 날 종자 분석용 다분광(MSI) 이미지 분석기 세미나도 진행됐다. 22일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채소 육종소재·육종기술 개발 성과 설명회, 신품종 종자 보급 활성화 기술설명회, 국립농업과학원의 디지털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 워크숍, 한국고추연구회 정기 심포지엄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스마트농업 기술 시연도 볼 수 있었다. ㈜대동은 고구마 수확체험장부터 전시포 입구까지 약 300m 구간에서 자율주행 운반차를 운행했다. ㈜긴트는 제2전시포 농기계 전시장에서 하루 네 차례 자율주행 방제기를 시연했다. 일반 관람객을 위해서는 선재 스님 쿠킹클래스, 우리 품종 시식·품평회, 종자산업 퀴즈쇼, 치유농업 체험이 마련됐다. 농기계 부스·치유농업·농진원 부스를 도는 스탬프 투어도 운영됐다.

농식품부는 박람회와 함께 종자산업 전주기 지원 계획도 내놓았다. 종자기업이 함께 쓰는 종자가공처리센터는 2027년 초 준공과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팜 적합 품종 개발에 쓸 첨단지능형온실 구축 사업(2026~2027년, 총 20억 원)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부터 생산·수출까지 잇는 ‘종자산업혁신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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